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휴식/정책과 이슈

부동산 영끌로 사지 말라는데, 왜 자꾸

by 낙엽 2021. 8. 6.
반응형

부동산 영끌

 

부동산 영끌로 매수 참아야 하나?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또 집값 고점론을 언급하며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일)’을 자제하라고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까지 거드는 모양새다.

 

집값과 전세금이 모두 크게 오르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진 것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가 갸우뚱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럼 적정 가격은 얼마인가. 전세난에 지쳐 집을 사고 싶은 무주택자는 이번에도 참아야 하는 것인가.

 

고점이라는 분들께 질문을 던져보자. 서울 상계동 주공아파트 6단지 전용면적 58㎡의 적정 가격은 얼마인가. 5년 전 3억원 안팎이던 가격이 지금 9억원까지 올라왔으니 아주 많이 오른 것은 분명하다.

 

필수재인 집의 값이 이렇게 단기간에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가격이 비싼 값인지 싼값인지를 나는 모르겠다. 앞으로의 수요와 공급이 만들어낼 가격을 알아야 판단할 수 있는데 그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부동산 영끌 바람직한가?

 

내년에 11억원쯤 한다면 지금의 가격은 싼 것이고 7억원쯤 한다면 비싼 것일 게다.

 

부동산 영끌

 

작년 이맘때로 시계를 돌려보자.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다주택자의 매물을 30대가 부동산 영끌로 받아내고 있다안타깝다고 말했다. 여당의 전략기획위원장은8월 말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하락 시점까지 찍어줬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사실 이런 일은 4년째 반복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안타까운 사람은 그때 그 말을 믿고 집 사기를 보류한 사람이 아닐까.

 

두 번째 질문을 해보자. 거품이라는 분들은 그럼 왜 집을 팔지 않고 계신가. 가격에 거품이 잔뜩 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팔아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집을 팔았다는 고위공무원을 나는 보질 못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팔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주거 안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임대차3 법 시행 등으로 만들어놓은 전세 대란으로 지금 임대차 시장은 지옥이 따로 없다. 부총리도 겪지 않았는가. 주택 구매 여부를 가격 만으로 판단해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세 번째 질문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겠다는 자녀가 있다면 당신들은 사지 말라고 하겠는가. 부동산 불패 신화를 수십 년 동안 경험한 노련한 분들이 설마 자녀의 주택 구매를 막을 것 같지는 않다.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영끌을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고 하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 영끌이 되기는 하는가. 온통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해 담보 가치가 아무리 커도 대출은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범위를 넘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아직 소득이 높지 않은 30대는 여기서부터 불리하다.

부동산 영끌 할 만큼 대출이 팍팍 나오는 곳이 있다면 좀 알려주시기 바란다.

  

 

집을 팔지 않는 당신들처럼, 자녀의 주택 구매를 말리지 않는 당신들처럼 대다수 선량한 시민도 편안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주택 구매를 고민한다. 마음대로 고치지도 못하는 집에서 2년마다 이사 걱정을 하는 것에서 해방되고 싶은 것이다.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더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들에게 고점이라느니 부동산 영끌이라느니 하며 집 사면 죄인이라는 느낌을 주고, 공포도 주는가. 그것도 부동산 시장을 망친 데 일조한 사람들이 말이다.

 

집값이 더 오르지 않는 것이 좋다는 데에 백번 동의한다. 자녀가 둘 있는 나도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크다. 영끌이 해롭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우스 푸어문제가 지면을 도배하던 10년 전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 가격 안정은 수급을 통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도록 이끄는 것이 정석이다. 정부가 할 일은 잘 맞지도 않는 전망을 기반으로 국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투자수요는 막고 실수요자는 도우면서 공급은 크게 늘리는 일. 정부는 이것만 잘하면 된다. 그런데 투자수요를 막지도 못하고 공급을 늘리지도 못한 정부가 거꾸로 애먼 실수요자는 돕기는커녕 부동산 영끌이라며 해마다 막으려 만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부동산 영끌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집값이 비싸다고 했지만, 집값은 더 올랐고 무주택자는 허탈해했다. 혹시 이번에는 정부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내릴 거라는 주문만 4년째 외우던 끝에 만난, 이른바 인디언 기우제의 결과일 뿐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출을 보태 집을 사려는 사람을 걱정하는 당신이야말로 집을사는 곳이 아니라사는 것으로 취급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후배들이 집값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물으면 똑 부러지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 모르니까. 그리고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사도 되는지를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한다.

 

“당장 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나 네 소득으로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10년쯤 자식 키우면서 살아도 좋을 집을 찾았다면 그냥 지금 사도 되지 않을까? 집은 사는이니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