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볼 수 없는 CRYPTO 가상화폐
가치 보증 기관도 없어 논란
새로운 투자대상 나타나면 거부→열광→급등락→안정 겪어
가격 급변하는 가상화폐 자리잡을 때까지 정부 감시 필요
3가지 사례
1. 조선 인조때 호조판서 김신국이 동전 사용을 강력히 주장했다. 곡식과 무명을 화폐로 사용하다 보니 유통 범위가 좁아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사람을 모아 호조 앞에 음식점을 내고 동전만 받게 하는가 하면 세금과 노비의 신공(身貢)도 동전으로 받았다. 정부가 6년동안 이런 저런 방법을 다 써 봤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자 동전유통정책을 포기했다. 상평통보가 나와 동전이 본격 사용될 때까지 50년이 더 걸렸다.
2. 1992년은 중국주식시장에 역사적인 해다. 시장이 만들어지고 3년간 무관심하다 그 해 5월 상승을 시작해 상하이지수가 닷새만에 616에서 1421로 130% 올랐다. 개혁개방 정책이 발표돼서라지만 그보다 시장이 자리잡기 전에 자주 관찰되는 급변동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
3. 우리나라에서 선물·옵션 시장이 처음 열린 것은 1996년이다. 4년이 지난 2000년에 미국에 이어 거래량 2위 시장이 됐다. 수학적으로 복잡한 계산이 필요해 미국에서 전문가만 한다는 옵션 거래에 우리는 가정 주부들이 뛰어들었다. 손실을 본 후 떠났고이제는 옵션에 관심있는 개인투자자는 없다.
세 개 사례를 보면 왜 CRYPTO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란이 벌어지는지, 최근 가격 급등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가상화폐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CRYPTO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은 사람들의 경험과 동떨어진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전에는 거래 매개물이나 가치저장 수단은 실체를 가지고 있고, 가치를 보증해 주는 기관이 있었다.
CRYPTO 가상화폐는 실체를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탈중앙화로 인해 가치를 보증해 줄 기관도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상화폐를 어떻게 볼 건지를 놓고 끊임없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때 곡식과 무명에 길들여져 있던 사람들이 동전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교환수단으로 출발한 CRYPTO 가상화폐가 최근에는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환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가격이 하루에 10% 이상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일이 있다 보니 교환용으로 쓰기에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산이란 논리는 금에서 출발한다.
금값은 장식용이나 산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치에 투자자산으로 가치를 더해 형성된다. 1971년 미국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선언하기 전에 금 1온스의 가격은 35달러였다. 현재 1700달러를 넘으니까 50년 사이에 50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 된다. 그 사이 금의 사용가치가 50배 오르지는 않았다.
같은 기간 사용가치만으로 이뤄진 유가가 20배 정도 올랐으니까 나머지 상승은 투자가치 증가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그만큼 투자가치가 있다고 합의한 건데 가상화폐는 금이 가지고 있는 두 개의 가치 중 투자가치만을 떼낸 걸로 보는 것이다. 가상화폐도 많은 사람이 인정하면 실체에 관계없이 가치를 가질 수 있으므로 투자자산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CRYPTO 가상화폐의 투자가치를 인정하더라도 가격 변동성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가상화폐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꼽고 있는 것도 그 부분이다. 4월 14일 8000만원을 넘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23일에 5700만원으로 떨어졌다. 8일만에 29%가 하락한 건데 그나마 비트코인이어서 그 정도지 다른 코인은 더 심하다.
CRYPTO 가상화폐 가격 급변동은 가치를 평가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생긴다. 주식처럼 기업이익으로 적정 주가를 판단하든지, 환율처럼 관련 국가의 경제와 외환수급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을 산정할 수 있을 텐데 가상화폐는 그런 수단이 없다.
과거 가격에 대한 경험치라도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 아직 그 정도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 1992년 1400까지 올랐던 중국 주식시장이 석 달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후 몇 번의 가격 변동을 겪으면서 적정 가격을 찾아갔는데 지금 가상화폐도 자기 가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투자 대상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의 행동은 비슷하다.
처음에는 모르기 때문에 거부하다가 조금 익숙해지면 열광해 버블을 만들고 이 과정이 끝나면 모든 게 사라질 것처럼 가격을 끌어내린다.
급등락을 몇 번 겪은 후에 가격이 안정되고 비로소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안정 국면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옵션시장도 그런 형태로 움직였다. 옵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우연히 911테러가 발생해 하루에 300배 수익이 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만기 때마다 가능성 없는 가격대의 옵션을 사는 게 유행이었다. 1~2년 똑같은 일이 반복되다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했는지 옵션에 투자하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지금은 개인투자자와 관계없는 시장이 됐다.
작년 3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640만원까지 하락했던 CRYPTO 비트코인 가격이 1년만에 8000만원이 됐다. 그 영향으로 작년 말 133만개였던 4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실명계좌수가 올해 2월에 250만개가 됐다.
1년간 가격이 12배 올랐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관심이 CRYPTO 가상화폐로 모이는 게 당연하다.
경험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집단 지성이 만들어지면 행동이 달라질 것이고 행동이 합리적이 되면 가격 변동이 줄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CRYPTO 가상화폐 정책을 놓고 말이 많다.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클만하면 훼방만 하면서 세금을 걷어가려 한다는 게 불만의 대강이다. 그렇다고 무대책으로 놔둘 수는 없다.
먼저 CRYPTO 가상화폐에 대한 경험이 쌓일 때까지 가격 변동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가 투자까지 참견하느냐고 얘기하겠지만 어떤 정부도 자산 가격이 급변할 때 손 놓고 있는 곳은 없었다. 가격 변동이 심해지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많아져 사회문제가 돼 국가 전체적으로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에서 제도권내에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은 흡수해야 한다. 다른 코인은 몰라도 비트코인은 존재를 인정해야 하고, 믿을 수 있는 거래소의 기준을 정해 거래소 난발을 정리해 줘야 한다. 유치단계에 상품을 시장의 기능에만 맡겨 놓으면 필히 사고가 터진다. 시장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감시해야 하는 게 정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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