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인이라는 표현이 맞나요?
“작은 기업을 중소기업이라 부르지 않나요? 그런데 왜 군소코인업체는 잡코인이라 부르는 겁니까? 언론사 기사를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잡코인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게 정상입니까?”
최근 만난 모 코인업체 대표의 하소연이다. 대화를 하는 내내 그는 울분을 감추지 못했고 억울해하며 가슴을 탕탕 친다. 그 처절함이 감히 안쓰럽다.
조심스럽게 “문제제기를 해보는 것 어떠냐”라고 묻자 그는 말한다. “지금 같은지금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합니까. 우리가 죽일 놈이지”
최근 국내 코인판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 기간 종료를 앞두고 정부와 은행업계가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명목상 현장 컨설팅이지만 사실상 실사가 진행되며 업계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정부와 은행업계가 거래소를 압박하자 행여나 책잡힐 것을 우려한 거래소들은 대규모 코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내부 기준에 부합되지 않거나 거래 투명성 등이 담보되지 않은 코인들을 무더기로 원화 마켓에서 상장 폐지하고 있다. 언론에서 흔히 말하는 ‘잡코인 정리’다.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의 안전한 투자 환경 구축을 위해 거래소의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또 거래소들이 실체가 불분명한 코인들을 정리하는 것도 큰 틀에서 옳은 일이다. 그러나 상장폐지되는 모든 코인들을 ‘잡코인’으로 싸잡아 부르는 것이 정상일까?
만약 상장폐지된 코인들이 잡코인이라면, 애초 이들을 상장시켜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한 거래소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칼바람 정국에서 거래소들의 원죄를 묻는 목소리는 흐릿할 뿐이다. 그저 ‘잡코인’을 잡초 뽑듯이 뽑아야 특금법 정국에서 가상화폐 시장이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만 나온다. 정상이 아니다.
물론 잡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스캠 사건에 동원되는 잡코인, 아니 ‘악(惡)코인’은 분명히 그 실체가 있다. 때려 잡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칼바람 정국은 애초 잡코인을 상장시킨 거래소들의 원죄는 외면하고 그저 모든 군소코인을 잡코인으로 규정해 죽창으로 무차별 찌르고 있을 뿐이다. 이래서는 시장의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까.
코인들도 존중을 해줘야 한다
사실 거래소들이 정부와 은행업계의 외부압박으로 ‘잡코인’ 솎아내기에 나서는 상황 자체가 업계 위축 및 무조건적인 정부 충성경쟁을 끌어내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는 말까지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거래소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충성경쟁을 통해 퇴출시키는 모든 코인을 ‘악’으로 규정한 것은 문제다. 우리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잡코인으로 규정당한 이들이 별다른 가이드라인도 없이 퇴출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문제의 근원인 거래소에 대해서는 고민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패착이다.
백번 양보해서, 만약 거래소를 문제 삼고 싶지 않다면 퇴출되는 코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범죄에 악용되는‘먹튀 코인’에는 철퇴를 가하면서도 작지만 무언가 만들어 보려는 코인들에게는 최소한의 기회라도 주거나, 혹 이별해야 한다면 지나친 매도라도 하지 말자. 이것이 특정 사업이 때로는 퇴보하면서도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이다.
당연히 거래소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칼바람 정국을 허망하게 보내지 말고 이번 기회에 거래소의 상장 및 거래지원 등에 대한 입체적인 조사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질서도 제대로 확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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