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척척 알아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방향 조종, 가속, 감속 등 자동차의 모든 조작과 관련된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는 물론 이동통신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요소 기술에 이르기까지 속속 이어진데 따른 결과다.
초연결·초융합·초지능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율주행차는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의 연결성, 기술과 기술, 기술과 자연의 융합성, 사물과 기술, 인간과 기술의 소통성을 기반으로 초시대를 견인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궁극적으로 운전자가 수행하지 않는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1단계(보조 자동화)에서부터 정해진 조건 하에서 방향 조종과 가속·감속 조작과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2, 3단계(부분 자동화, 조건부 자동화), 정해진 조건 하에서 운전 업무 전체를 시스템에 맡기는 4단계(고도 자동화)를 거쳐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5단계(완전 자동화)를 향해 급가속을 하고 있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상상의 세계가 '현실로'
자동차 선진국은 이미 기술적으로는 4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실제 현실은 2, 3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긴 하지만 최종 5단계에 이를 날도 머지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독일·미국·중국에서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연구 차량에 대한 테스트 라이선스를 받았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법·제도와 인프라, 사회적 인식의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2030년께면 완전 자동화 수준인 5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뿐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부터 기술기업, 서비스기업까지 자율주행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상상의 세계가 현실화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이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대신 이메일을 확인하고 웹서핑이 가능한 차량 내 일상을 즐길 수 있다.
TV를 보거나 영화를 시청할 수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바둑이나 체스를 둘 수도 있고 화상회의를 통해 업무를 지시하거나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배와 드론과 결합하면 자율주행으로 해상과 하늘을 나는 날도 그려볼 수 있다.
통합 네트워크 연결성 타고 자율 능력 확장
자율주행차는 통합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인간의 능력을 대폭 확장해줄 이른바 ‘시테크 혁명’을 견인하고 있다. 아우디의 표현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를 탄다는 것은 시간을 선물로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구체적으로는 자율주행차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창출하는 시간의 가치는 그에 필요한 기술적 기능을 개발하고 실행하는데 드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르무트 로자 예나대학교 교수는 이를 시간의 압축적 활용론으로 요약했다. 자율주행차가 그 1차적 답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의 도시이동 채점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통근자들이 교통정체로 차 안에서 낭비한 시간은 69억 시간(2014년 기준)에 달한다. 통근자 1인당 평균 42시간을 차 안에서 보냈다는 뜻이다. 117억리터의 연료 낭비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72리터의 연료를 소모한 것으로 계산했다.
시간의 창출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율주행차 도입의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모건스탠리연구소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도입으로 미국에서만 매년 1조3000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2015년 기준이긴 하지만 미국 GDP의 7%, 국방예산의 200%, 의료복지의 130%에 해당하는 수치다.
산업·경제 영향 상상 초월... 도로 위 사상자도 90% 대폭 감소
이는 연료 소모량 절감, 자동차 이용자의 생산성 향상, 교통사고 감소에 따른 부상자 치료비와 사망자 보상금 감소 등을 포괄 계산해 산출한 것이다.
일례로 자율주행이 전면적으로 도입되면 도로 위 사상자 수가 90% 가까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전과 여가 활용에 따른 문화적 효용성, 교육과 의료, 국방, 교통, 농업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율주행차 개발 대열에 속속 참여하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도요타, 현대기아 등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뿐만 아니다.
테슬라, 애플, 구글 등 정보기술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하다. 중국의 러에코, 바이두, 화웨이의 움직임은 미·중 대결을 의식할 정도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모빌아이, 누토노미, 엔비디아, 러에코, 테슬라 등 신규 주자들의 시선은 다른 데 가있다. 이들의 자율주행 지향점은 전통적인 차에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차를 제작하는 것이다. 전기와 배터리까지 동력 혁명을 극대화 하고 있는 테슬라의 움직임은 더 주시의 대상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와 정보기술 기업들의 협력과 경쟁은 우선 자율주행 보조시스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차선변경시스템, 자동 순항제어장치, 속도제한장치, 주차 보조장치, 야간시야 확보장치, 사각지대 감시장치, 교통표지 인식시스템, 음성인식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각종 커넥티드 서비스 패키지, 바이오피드백 장치 등 다양한 서비스 패키지도 개발되고 있다.
제품에서 서비스로 진화... 모빌리티 플랫폼 생태계 '추동'
산업현장과 일상으로의 확산 현상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국방, 항공우주, 농업, 대중교통, 제조현장, 화물수송, 유통·배송 등의 분야가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오프로드 트럭’은 국방 분야의 군집주행으로, NASA의 ‘큐리오시티’는 항공우주 분야의 화성탐사로, 펜트의 ‘가이드커넥트’는 농업 분야의 무인경작으로, 모바일 로보틱스그룹의 ‘패스파인더’는 대중교통으로, 다임러의 자율주행트럭은 장거리화물운송 분야의 군집운송으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독립형 제품이었던 자동차는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5세대(G)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등장과 임시망, 차량과 차량, 차량과 기반시설, 차량과 환경 통신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플랫폼의 등장이 상징적이다. 무블은 이미 생태계 내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나의 제품에서 서비스로의 진화는 이제 모빌리티 플랫폼 생태계의 거대한 흐름을 추동하고 있다.
당장 모빌리티 플랫폼은 제조업체에서부터 부품 공급업체, 기술기업, 서비스 기업을 망라하고 있다. 이미 교통에서부터 엔터테인먼트, 홈네트워크, 쇼핑 등 문화, 사회, 경제적 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100년 이상 우리 곁에 있던 제품이 모빌리티 생태계로 진화하면서 통합되는 4차 산업혁명기의 대표주자가 된 것이다.
글로벌 기업 간, 국가 간 선점 경쟁 '스타트'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정부는 아예 자율주행 정책을 마련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한편 시범사업을 통해 자율주행 시대를 서둘러 맞이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나아가 스마트 월드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에 관한 한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 단연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은 기술패권의 일환으로 향후 10년 동안 40억달러를 지원, 실제 상황에서의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한 자율주행차를 개발, 보급할 예정이다.
중국은 더 과감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30년까지 자율주행 선도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신차의 50%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겠다는 등 3단계 자율주행 비전을 발표했다. 아예 베이징 남서쪽 슝안신구 신도시와 베이징을 잇는 100km 구산의 고속도로에 자율주행차 전용차로를 설치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30년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오는 2027년 세계 최초로 주요 도로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2024년까지 통신시설 인프라, 정밀지도, 교통관제, 도로 등 4대 자율주행 인프라를 완료하고 법·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율차시대의 도래에 장밋빛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과제와 표준화, 보안, 도로 인프라, 법·제도, 사회적 인식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이기적 선택이냐, 혹은 이타적 선택이냐를 두고 ‘트롤리 딜레마’ 같은 논쟁이 뜨겁게 달궈진 상황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사이버공격의 위험 등 보안의 문제도 핫이슈다.
"지금 시작해도 늦다"... 민·관·산·학 국가적 역량 모아야
그럼에도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거대한 흐름으로 도래하고 있다. 초연결, 초융합, 초지능을 기반으로 모든 것이 강화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자율주행차는 디지털시대의 스마트폰처럼 정보기술을 타고 입체적인 속도의 시대를 견인하고 있다. 더 빠르고 더 연결되고, 더 많이 얻고 더 많이 개선되는 최선을 지향하는 초시대라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앞으로 10년 내 인간의 능력을 대폭 확장하고 시간에 대한 고민을 일부 해결해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크트갈렌대학교 교수이자 아우디 시장연구소장인 안드레아스 헤르만은 아예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기존 산업구조가 무너지고 완전히 새로운 이동수단의 혁신적인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자율주행 후발주자군인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눈앞이다. 자율주행 택시와 버스, 트럭, 기차, 항공기 등 다목적 차량과 로보카가 넘쳐나는 「눈앞으로 다가온 스마트 자율주행차 시대」를 위해 민·관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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