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 사회에서 몰아내야 할 것으로 여겨지던 만화를 2021년 지금에 이르러 ‘사회악’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네이버 웹툰에 소속된 최고 인기 작가가 1년에 벌어들이는 수익이100억 원 이상이라고 하니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어도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변화에도 만화책방이 초등학생의 학습환경을 저해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사법부 판단이 나온 건 불과 7개월 전의 일이다.
사회나 사람들의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법과 제도는 여전히 20~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대 이슈 메타버스
최근 기술 분야에서는 ‘메타버스’가 최대 이슈다. 초월을 뜻하는 영단어 ‘메타(meta)’와 우주, 세계관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지칭한다.
이 메타버스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산업 분야는 게임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현실과 상호 작용하는 가상의 공간을 게임으로 구현해 오고 있는 것이다.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GTA’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가 가장 유명한 메타버스 게임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게임은 우리 사회의 불완전한 제도로 원치 않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때그때 다른 법 적용으로, 기술 산업이 저해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먼저 마인크래프트는 주요 게임 이용층인 미성년자의 과도한 게임 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셧다운제’의 희생양이 됐다. 게임 운영사가 보안 문제로 계정을 통합하면서 미성년자의 신규 계정 등록을 막은 것이다.
운영사로서는 국내 셧다운제를 만족하려면 별도의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편법으로 미성년자 계정을 아예 막아 셧다운제를 회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린이날 행사를 비대면으로 개최한 그 마인크래프트가 한순간에 미성년자는 할 수 없는 게임이 된 것이다.
게임 셧다운제
문제는 셧다운제가 PC 게임에만 적용돼 모바일 게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게임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로 옮겨진 현재에 도입 10년이 지난 ‘셧다운제’는 그야말로 무의미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게임 산업과 패러다임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 셧다운제에 제도적 효과가 일부 있음에도 불완전성에 의해 셧다운제는 철폐돼야 할 ‘적폐’로 여겨지고 있다.
로블록스는 게임 내 재화를 현금화할 수 없다는 게임법과 상충한다. 국내 게임법(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에서 유통되는 돈(재화) 등을 현실의 돈으로 환금하는 것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사행성을 우려한 조치다.
과거 웹보드 게임으로 불리는 고스톱, 포커 등 인터넷 도박 게임의 게임 내 재화를 현실에서 사고팔며 문제가 돼 2000년대 후반 이 제도가 도입됐다. 특정 게임이 아닌 모든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탓에 현재의 메타버스 게임에도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메타버스 로블록스에는 ‘로벅스’라는 게임 머니를 직접 구입하거나 GIG(게임 속 게임)을 직접 만들어 사고팔면서 유통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적한 로벅스는 현금화할 수 있는데, 이 점이 게임의 재미요소로 꼽힌다.
현재 로블록스 안에 등록된 게임이5000만 개 이상일 정도로 확실한 수익 구조를 확립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게임법상 이런 수익 구조가 원천 금지된다.
반면 네이버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이런 규제를 피하고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는 로블록스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네이버는 제페토를 ‘게임’으로 규정하지 않고, ‘SNS(소셜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게임법에 저촉되지 않고 제페토 안에서의 수익 활동도 모두 보장받고 있다. 구조는 로블록스와 같으나, 분류가 달라 생긴 일이다. 제페토 한 이용자는 월 수익이 수백만 원에 이르지만, 그 어떠한 규제도 받고 있지 않다고 한다.
제페토는 하반기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 속 게임을 선보인다는 방침인데, 역시 규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그렇다고 시대에 맞지도 않고, 경직된 제도를 방치하는 일도 답은 아니다. 강력한 규제는 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는 있어도 자칫 산업의 발전과 성장에는 치명적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 규제가 가진 강력한 힘은 산업과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시대상에 어울리지 않는 법 제도로 왜곡된 시장은 제대로 돌려놓기 매우 어렵고 변화가 극심한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사회와 문화의 변화, 또 기술의 발전과 발달에 따른 유동적이고 합리적인 제도 확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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