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원했지만 얻은 것은 140자(트위터)였다.”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이 2013년에 한 말이다. 1970년대 이후 근본적인 혁신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로버트 고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 교수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틸의 말이 듣기 거북했는지 트위터는 몇 년 뒤 영미권 국가에서 글자 수 제한을 140자에서 280자로 늘렸다).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나는 건 분명 멋진 일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고 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확산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월간 사용자 수가 29억 명을 헤아리는 페이스북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방대한 지식과 정보가 모여지는 저장소이자, 국경을 초월한 인적 네트워크의 산실이다.
트위터의 경우 사용자는 페이스북에 한참 못 미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팀 쿡 애플 CEO 등 세계적인 비즈니스 리더들을 충성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이들이 ‘트윗’하면 파급력이 큰 정보가 된다. 머스크와 쿡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각각 6200만 명, 1300만 명이 넘는다. 5000명의 ‘페친’ 수 제한이 있는 페이스북과 선을 긋는 트위터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대표되는’소셜미디어 혁명’은 사람과 사물, 공간 등 모든 것이 디지털 기술로 연결된 초연결사회를 구현하는 원동력이다.
“알고리즘이 중도 좌파는 극좌파로, 중도 우파는 극우파로 만들 것”
그런데 이상하다. 어찌된 영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소셜미디어에서 생각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아마도 정치나 사회 현상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일찌감치 대화를 포기하고 페친을 끊거나 ‘언팔’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소셜미디어 공간은 온통 나와 비슷한 사람으로 채워진다. 서로 ‘좋아요’를 주고받고 공감이 가는 글을 열심히 퍼나르다 보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점점 강해진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게되고,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사이라도 텍스트로만 이뤄지는 소통은 늘 오해의 여지가 많다. 일상 대화에서는 표정이나 말투, 손동작 등 비(非)언어적인 요소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데, 텍스트 기반 소통에서는 그게 어렵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기반의 진지한 소통이 쉽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여기에 특정 성향을 극단화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알고리즘까지 더해져 이질적인 그룹 간의 불통과 단절을 가속한다.
알고리즘은 AI가 사용자의 관심사나 성향 등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 그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건 전(前)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는 얼마 전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분노와 증오는 페이스북이 존재감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며 “(앞으로도) 알고리즘은 중도 좌파는 극좌파로, 중도 우파는 극우파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의 고위 임원이었던 팀 켄들이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극단적이고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며, 논란이 될 만한 콘텐츠를 우선순위에 두고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사용자를 오래 붙잡아 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것과도 맥이 통한다.
하우겐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8년 알고리즘 개편 이후 주류 언론의 콘텐츠 노출을 줄이고,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 더 오래 머물게 만들어서 수익을 늘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분노와 갈등을 부추기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콘텐츠가 타임라인에 더 많이 더 오래 등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런 알고리즘에 이끌려 생각과 성향, 기질이 비슷한 사람과의 ‘쉬운 소통’에만 몰두하다 보면 보면 토론과 공감의 문화는 빛을 잃고, 중도층은 점차 사라지며, 가짜뉴스가 횡행하면서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조작하고 분노와 증오를 조장했다는 내부고발자의 증언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우겐의 주장처럼 “중도 좌파는 극좌파로, 중도 우파는 극우파로 변하는 극단화 현상은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바이든 각각의 지지자 77%가 “반대편 후보를 지지하는 친구가 주변에 없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려대 동아시아연구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계 정당 지지자와 국민의힘 계열 정당 지지자의 이념 간격의 평균 거리는 지난 15년간 3.2배나 넓어졌다.
0점(매우 진보)에서 10점(매우 보수)을 기준으로 두 정당 지지자 간 평균 거리를 재봤더니 2005년에는 0.84였는데 2010년과 2015년에는 각각 0.91, 1.73으로 폭이 넓어지다가 지난해에는 2.71까지 벌어졌다.
전 세계 17개 선진국 중 한국이 미국, 프랑스와 함께 가장 분열되어 있다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Pew)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 결과도 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정치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크다고 말한 응답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심한, 또는 매우 심한 갈등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미국과 한국에서는 무려 90%를 기록했다.
트래픽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한국 사람이 가장 오래 사용한 소셜미디어 앱이 (페이스북 계열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이고, 다음이 페이스북이었다.
대선이 넉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한국 사회의 심각한 분열과 대립 양상에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가 미친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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