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 자영업 트럭까지 덮쳤다
현대차 포터·기아 봉고, 신차 기준 100만 원 넘게 올라
반도체 공급난·원가상승 등 영향… 중고차값도 급등
테슬라는 아예 '시가 판매'
‘서민의 발’이자 국내 판매량 1위인 현대자동차의 소형 트럭 포터2의 올해 연식변경 모델 가격이 최대110만 원 인상됐다. 자영업자의 생계형 트럭인 기아의 봉고3(판매량 7위) 연식변경 모델은145만 원 올랐다.
반도체 공급난, 원가 상승 등으로 차값이 인상되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 서민용 차량까지 덮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2022년식 포터2 가격은 등급별로1804만~2366만 원이다. 비교하면110만~90만 원 인상됐다.
인상률은 최대 6.5%로, 연식변경 때 1~2%가량 오르던 것과 비교하면 인상폭이 세 배 이상이다.
기아의 2022년식 봉고3 가격은 더 많이 올랐다. 직전 모델인 2020년식은 등급별1529만~2219만 원이었는데,년식은1674만~2364만 원으로인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포터나 봉고는 서민차인 점을 감안해 그동안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지만, 원가 상승 압력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뿐 아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중고차 가격도 연초부터 급등하고 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 현대차 아이오닉 5의 1월 시세는 각각 전월 대비 11.9%, 11.7% 올랐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1년 이상 걸리는 데다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이 대당100만 원 줄어드는 데 따른 현상이다.
포터2, 봉고3가 디젤차인 점도 올해 가격이 크게 오른 배경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올해부터 의무 적용되는 디젤차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기준이 강화돼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추가하면서 가격이 올랐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싼타페 디젤 모델과 기아 모하비 디젤 모델 가격이 인상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운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별소비세 인하 등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신차·중고차·전기차·수입차 모두 올랐다
생계형차 가격 인상 자제했지만… 원가상승 압력 더는 못 버텨
현대자동차·기아는 그동안 포터2, 봉고3 등 소형 상용차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생계형 트럭인 만큼 서민의 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다.
포터2는 지난해9만 2218대 팔리며 국내 전체 차종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자영업자가 많이 구입하는 차량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포터2의 연식변경 모델 가격을30만 원만 인상한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 반도체 공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올해는 더 이상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판매량 1위' 없어서 못 파는 車, 중고에500만 원 웃돈 붙었다
차종 불문…일제히 인상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2022년식 포터2는 최저 가격이1804만 원으로 정해졌다. 2021년식 최저 가격(1694만 원)에 비해110만 원(6.5%)인상됐다. 최저 가격이1600만 원대에서년 만에1800만 원대로 뛴 것이다.
봉고3 가격은 더 올랐다. 최저1529만 원에서 오르며 두 자릿수 가까운 인상률(9.5%)을 기록했다. 앞서 현대차 싼타페, 기아 모하비 등 연식변경 모델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소형 상용차까지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 번졌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포터2 일렉트릭은 기존 최저4060만 원에서는4050 만원에서 각각130만 원, 인상됐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선택 가능했던 편의 및 안전 사양을 기본 적용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지만 원가 인상 부담을 흡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포터2는 중고차 가격마저 크게 올랐다.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 관계자는 “포터2 중고차는 원래 신차 대비100만 원 낮게 출발하는데, 지금은 신차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포터2 중고 전기차는 오히려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신차보다300만~500만 원 비싸게 팔린다”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갈수록 늦어지는 탓이다.
앞서 수차례 가격을 인상했던 테슬라는 최근엔 아예 가격을 사전 공지하지 않고, ‘시가’로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모델 X와 모델 S에 대해 “인도 시기가 가까워지면 가격 및 옵션이 확정된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차량 출고가 계속 미뤄지자 ‘가격 미정’ 상태로 예약을 받고, 인도 때 최종 가격을 알리는 식이다.
원자재값 급등에 반도체 부족도 여전
차량 가격 인상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등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지난해 9월 약4만 5000달러로,직전 1년간 약 12% 상승했다.
중고차 평균 가격은 작년 11월2만 9000달러로,년 만에 약 29% 올랐다. 유럽, 일본도 마찬가지다.
세계 자동차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본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통 소재인 열연강판 가격은 미국 중서부 기준 지난해 1월 대비 7월까지 149% 뛰었으며, 냉연강판 가격은 같은 기간 112% 치솟았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작년 10월까지 249% 급등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완성차 기업들이 제때 차를 생산·판매하기 힘든 탓도 있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스에 따르면 올 들어 17일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14만 9200대를 감산했다.
향후 출시될 차량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과 수요가 지속되는 데다 글로벌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맞물리며 신차 가격이 대폭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 등 세제 혜택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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